GDP가 아닌 GNH, 부탄이 보여준 행복은 숫자가 아닌 삶의 태도였다
부탄은 히말라야 깊은 골짜기,
세상의 관심보다 내면의 평화를 더 중시하는 작은 나라입니다.
‘국민총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철학을 국가 정책의 중심에 둔 유일한 나라.
여행이 아니라 ‘배움’으로 향했던 이 여정에서
나는 처음으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조용히, 깊게 되묻게 되었습니다.
그곳의 공기는 맑았고
사람들의 인사는 눈을 마주보며 건넸으며
시간은 흐르지 않고 머물렀습니다.
파로 공항에 내리자마자 느껴진 낯선 고요
세계에서 착륙이 가장 어렵다는 파로 공항에
작은 비행기가 내려앉는 순간,
창밖엔 산과 강, 그리고 절간 몇 채가 보일 뿐이었습니다.
비행기 문이 열리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조용함’이었습니다.
차량 경적도, 광고판도 없었고
사람들은 천천히 움직이며
서로의 존재를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팀푸에서 만난 스님, 그리고 가장 짧은 대화
부탄의 수도 팀푸(Thimphu) 시내 한복판,
오렌지색 로브를 입은 스님이
작은 찻집에 앉아 있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다가가
“당신은 행복하세요?”라고 조심스레 묻자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지금 숨을 쉬고 있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으니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 대답은 철학서보다 더 명확했습니다.
부탄의 행복지수 기준은 이런 것이었다
심리적 안녕 | 마음의 평화, 스트레스와 감정 조절 능력 |
공동체 활력 | 이웃과의 관계, 지역사회 참여, 연대감 |
문화 보존 | 전통의 유지, 언어와 예술의 지속 가능성 |
생태환경 보전 | 자연과 조화로운 삶, 생물다양성 보호 |
건강 | 정신적·신체적 건강 상태 |
교육 | 삶의 질을 높이는 교육, 실용보다 배움 자체에 초점 |
시간 사용 | 일과 여가의 균형, 휴식의 가치 |
생활수준 | 부의 축적보다 충분함의 기준 |
정부에 대한 신뢰 | 정책의 투명성과 시민 신뢰 |
푸나카 종(Punakha Dzong), 시간이 멈춘 듯한 성소
푸나카 종은 강 두 물줄기 사이에 지어진
가장 아름다운 부탄의 수도원이자 행정 중심지였습니다.
강물 소리에 귀 기울이며
하얀 계단을 따라 걷다 보면
내 마음속 소음도 점점 잦아듭니다.
그곳에는 ‘신성함’보다 먼저
‘차분함’이 있었습니다.
그게 부탄 사람들이 말하는
진짜 행복의 조건이었습니다.
행복은 완성이 아니라 연습이었다
부탄에서는
“당신은 행복하세요?”라는 질문보다
“오늘 잘 쉬었나요?” “오늘 마음은 평온했나요?”가
더 자주 오갔습니다.
행복이란
한 번 도달하는 목표가 아니라
매일 다시 선택하고 연습하는 감정이라는 걸
이곳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부탄에서 배운 행복의 문장들
여행 중 노트에 적어두었던
현지인들의 말 중
가장 기억에 남은 문장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하루의 방식이에요.”
“부족한 것은 채울 수 있지만,
너무 많은 것은 내려놔야 해요.”
“오늘 숨을 쉬고, 웃고, 잠들 수 있다면
충분한 하루예요.”
그 짧은 문장들이
서울에서의 바쁜 삶을
잠시 멈추게 했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가 가진 것들을 떠올렸다
부탄을 떠나는 날,
창밖 히말라야 설산이 천천히 멀어질 때
나는 내 삶에서 잊고 있었던 것들을 떠올렸습니다.
시간, 관계, 자연, 감사.
부탄은 내게
새로운 것을 주기보다
이미 내가 가진 것들을 다시 보게 해준 나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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