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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갈라파고스, 다윈의 진화론이 태동한 섬에서 마주한 생명의 다양성

by 공구&빵구 2025. 7. 1.

갈라파고스, 다윈의 진화론이 태동한 섬

자연이 스스로를 증명한 땅, 갈라파고스에서 진화의 숨결을 직접 느끼다

에콰도르 본토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
인간의 손길보다 자연의 시간이 더 오래 흐른 섬들이
태평양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습니다.
갈라파고스 제도(Galápagos Islands).

찰스 다윈이 이 섬을 밟았던 1835년,
그는 이곳에서 수많은 생물들의 차이를 관찰했고
그 경험이 훗날 『종의 기원』이라는
과학사상 가장 위대한 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 역시 이 섬에서
진화라는 개념이 아닌 감각을 경험했습니다.

산타크루즈 섬, 육지 이구아나와 첫 조우

도착 후 처음 밟은 산타크루즈(Santa Cruz) 섬에서
나는 육지 이구아나와 마주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돌 위에서 움직이지 않던 그들은
내가 다가가도 전혀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두려움을 배운 적 없었고
그만큼 오래도록
인간이 자연을 위협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그 무심한 존재감이
오히려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다윈센터에서 본 ‘론리 조지’의 전설

산타크루즈 섬에는
다윈 연구소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갈라파고스 거북 보존 프로젝트를 마주했습니다.

특히 '론리 조지(Lonesome George)'로 불렸던
핀타섬 거북의 마지막 개체,
지금은 박제로 보존된 그 거대한 몸체 앞에서
진화의 한 챕터가
조용히 끝났음을 느꼈습니다.

진화는 선택이 아니라
환경과 시간 앞의 생존 그 자체였다는 걸
조지가 말없이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이사벨라 섬, 해양 이구아나와의 물속 산책

이사벨라(Isabela) 섬 앞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중
나는 해양 이구아나(Marine Iguana)가
바위 위에서 바다로 미끄러지듯 들어가는 장면을 봤습니다.

파충류가 물속에서 헤엄친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바닷속에서 더 익숙해 보였습니다.

진화의 증거란 이런 것이었습니다.
먹이를 얻기 위해
파충류가 바다를 선택한 결과,
완전히 새로운 생물이 탄생한 것.

그건 다큐멘터리의 대사가 아니라
내 눈앞의 현실이었습니다.

바틀렛 다이빙 포인트, 바다사자와의 동행

보트를 타고 이동한 바틀렛 인근 해역.
잠수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내 주변을 맴도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바다사자(Sea Lion)였습니다.

호기심 많은 그들은
나의 다리 주변을 빙빙 돌며
숨을 내쉴 때마다
거품을 뿜었습니다.

그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인간이라는 분류보다
그저 또 다른 생명체로 인정받은 듯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갈라파고스 동물군 요약 정리

생물명주요 서식 섬특징
갈라파고스 거북 산타크루즈, 핀타 육지 최대 등껍질, 100세 이상 장수 가능
해양 이구아나 이사벨라, 페르난디나 유일한 해양 파충류, 수영 가능
갈라파고스 펭귄 이사벨라, 바틀렛 적도 유일의 펭귄, 작고 날렵함
블루풋 부비 전역 푸른 발로 춤추는 구애, 유쾌한 외형
바다사자 바틀렛, 산크리스토발 사교적이며 인간과도 잘 어울림, 수중 유영 능숙
 

갈라파고스가 말해준 것, 존재 그 자체의 아름다움

이 섬들은
누가 더 빠른가, 강한가, 예쁜가를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어떻게 존재해왔는가를 말해주었습니다.

서로 다른 섬에서
각기 다르게 적응해온 생물들.
그들의 모습은
진화가 아닌 ‘존재의 다양성’ 그 자체였습니다.

나는 그 풍경 안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
단지 ‘존재하며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