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스스로를 증명한 땅, 갈라파고스에서 진화의 숨결을 직접 느끼다
에콰도르 본토에서 비행기로 2시간 반,
인간의 손길보다 자연의 시간이 더 오래 흐른 섬들이
태평양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습니다.
갈라파고스 제도(Galápagos Islands).
찰스 다윈이 이 섬을 밟았던 1835년,
그는 이곳에서 수많은 생물들의 차이를 관찰했고
그 경험이 훗날 『종의 기원』이라는
과학사상 가장 위대한 책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 역시 이 섬에서
진화라는 개념이 아닌 감각을 경험했습니다.
산타크루즈 섬, 육지 이구아나와 첫 조우
도착 후 처음 밟은 산타크루즈(Santa Cruz) 섬에서
나는 육지 이구아나와 마주했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돌 위에서 움직이지 않던 그들은
내가 다가가도 전혀 도망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두려움을 배운 적 없었고
그만큼 오래도록
인간이 자연을 위협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그 무심한 존재감이
오히려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었습니다.
다윈센터에서 본 ‘론리 조지’의 전설
산타크루즈 섬에는
다윈 연구소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나는
갈라파고스 거북 보존 프로젝트를 마주했습니다.
특히 '론리 조지(Lonesome George)'로 불렸던
핀타섬 거북의 마지막 개체,
지금은 박제로 보존된 그 거대한 몸체 앞에서
진화의 한 챕터가
조용히 끝났음을 느꼈습니다.
진화는 선택이 아니라
환경과 시간 앞의 생존 그 자체였다는 걸
조지가 말없이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이사벨라 섬, 해양 이구아나와의 물속 산책
이사벨라(Isabela) 섬 앞바다에서 스노클링을 하던 중
나는 해양 이구아나(Marine Iguana)가
바위 위에서 바다로 미끄러지듯 들어가는 장면을 봤습니다.
파충류가 물속에서 헤엄친다는 건
상상조차 못했지만
그들은 오히려 바닷속에서 더 익숙해 보였습니다.
진화의 증거란 이런 것이었습니다.
먹이를 얻기 위해
파충류가 바다를 선택한 결과,
완전히 새로운 생물이 탄생한 것.
그건 다큐멘터리의 대사가 아니라
내 눈앞의 현실이었습니다.
바틀렛 다이빙 포인트, 바다사자와의 동행
보트를 타고 이동한 바틀렛 인근 해역.
잠수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내 주변을 맴도는 존재가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바다사자(Sea Lion)였습니다.
호기심 많은 그들은
나의 다리 주변을 빙빙 돌며
숨을 내쉴 때마다
거품을 뿜었습니다.
그들과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인간이라는 분류보다
그저 또 다른 생명체로 인정받은 듯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갈라파고스 동물군 요약 정리
갈라파고스 거북 | 산타크루즈, 핀타 | 육지 최대 등껍질, 100세 이상 장수 가능 |
해양 이구아나 | 이사벨라, 페르난디나 | 유일한 해양 파충류, 수영 가능 |
갈라파고스 펭귄 | 이사벨라, 바틀렛 | 적도 유일의 펭귄, 작고 날렵함 |
블루풋 부비 | 전역 | 푸른 발로 춤추는 구애, 유쾌한 외형 |
바다사자 | 바틀렛, 산크리스토발 | 사교적이며 인간과도 잘 어울림, 수중 유영 능숙 |
갈라파고스가 말해준 것, 존재 그 자체의 아름다움
이 섬들은
누가 더 빠른가, 강한가, 예쁜가를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어떻게 존재해왔는가를 말해주었습니다.
서로 다른 섬에서
각기 다르게 적응해온 생물들.
그들의 모습은
진화가 아닌 ‘존재의 다양성’ 그 자체였습니다.
나는 그 풍경 안에서
배우는 게 아니라
단지 ‘존재하며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프리카 사파리, 동물의 왕국을 눈앞에서 마주한 생생한 순간들 (0) | 2025.07.01 |
---|---|
아마존 정글 탐험, 문명과 단절된 3일간의 생존기 기록 (1) | 2025.07.01 |
북유럽 백야, 해가 지지 않는 여름밤에 내가 깨어 있던 이유 (1) | 2025.07.01 |
에어비앤비 숙소 예약 시, 실패하지 않는 5가지 체크리스트 (4) | 2025.06.30 |
호텔 예약 사이트, 어디가 가장 저렴할까? 아고다·부킹닷컴 등 비교 분석 (1) | 2025.06.30 |